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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의 미래, 패션에서 길 찾아야 Part. 2

이종근 책임 연구원, 정재훈 선임 연구원(LG경제연구원)

  1.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차별적 특징
  2. 대기업 vs 스타트업!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상반된 분위기
  3. 미래 패션 시나리오 – 필수기능 담은 멋진 디자인으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4’과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14’의 가장 큰 화두였던 웨어러블!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가오는 웨어러블의 시대에는 기기의 패션적인 요소가 그 기능만큼이나 중요해 질 것으로 예측 되는데요. 이에 따른 업계의 반응은 어떨까요? 오늘은 웨어러블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상반된 분위기와 그 전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웨어러블 초기 시장인 현 단계에서 나타나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진영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기존 스마트폰 시장 방식대로 접근하는 거대 IT기업 진영과 웨어러블의 새로운 특성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스타트업/중소기업 진영으로 나뉘는데요.

앞서 언급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차별적 특징들을 종합해 보면, 몇몇 IT 기업이 독식하기는 어려운 시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어려운 웨어러블 시장에서, 거대 IT 진영과 스타트업/중소기업 진영이 어떤 구도로 시장을 형성해 나갈지 관심이 고조되는 이유입니다. 지금부터 각 진영의 특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할까요?

거대 IT기업 진영: 웨어러블 기기의 스펙, 기능 중심

구글, 삼성, 소니 등 IT 기업들은 기술적 강점을 이용한 신시장 형성, 기존 모바일 기기와의 시너지 효과 등을 위해 웨어러블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구글 글래스
<구글 글래스>

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통해 사용자의 시선 정보를 서비스로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길거리로 나가면 사용자가 가려는 최종 목적지까지의 방향을 증강현실 형태로 알려주어, 길을 헤매지 않게 해주는 것이죠.

또 외국에서 글래스를 착용하고 신문이나 표지판을 보면 실시간으로 번역이나 통역을 해주어 해당 나라의 언어를 모르더라도 해외 여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구글은 이처럼 글래스가 가능케 하는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들로 시장에 어필하며, 앞선 IT 기술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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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스마트워치2>

한편 삼성, 소니 등 주요 IT 기업들도 앞다투어 스마트 워치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들 역시 스마트폰과 연계하여 사용자들이 조금 더 편하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 호환에 무게를 두었는데요. 스마트폰을 가방에서 꺼내지 않고 손목을 드는 것만으로도 메신저, SNS 등의 알림을 확인하고, 통화를 할 때 워치를 통해 두 손으로 다른 일을 하면서도 편리하게 통화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워치가 스마트폰의 리모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를 때 진동과 벨소리로 쉽게 찾을 수도 있죠. 이 같은 기능들은 보다 편리한 모바일 라이프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실제 구매에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능과 스펙에 앞서, 사용자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패션적 요소 및 착용감, 편안함 등의 기능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구글 글래스의 경우, 특정 업무 목적 외에 일상생활 속에서 착용하고 다닌다는 것은 어색하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구글 글래스를 두고 ‘사람을 로봇으로 만들지 말라 (Do not make people look like robots)’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스마트 워치 역시 기대한 것보다 낮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는데요. 기존의 시계들이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캐주얼, 정장 등 각각의 스타일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은 반면, 스마트 워치는 주로 남성 캐주얼에 어울리는 스타일입니다.

스마트 워치의 여러 가지 편리한 기능들에는 매력을 느낄지언정 본인의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는 시계를 사는 것엔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슷비슷한 DOP 형태로 전세계 시장을 커버했던 스마트폰 시장과는 사용자 니즈가 완전히 다른 것이죠! 소품종, 대량생산에 익숙한 거대 IT 기업에게 웨어러블의 이런 특성은 적응해 나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타트업/중소기업 진영: 패션 요소에 충실하며 특화 기능으로 승부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필두로 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의 움직임은 거대 IT 기업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각 스타트업이 내놓는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들은 대기업 제품들만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거나, 높은 스펙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웨어러블만이 할 수 있는 한 두 가지의 특화된 기능에 집중하며 디자인, 착용감, 확장성 등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죠. 기존 IT 시장, 스마트폰 시장의 룰에 빠지지 않고, 세분화된 고객층을 공략하며 웨어러블 시장 특성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답니다.

한 예로 ‘Shine’을 내놓은 MisFit을 들 수 있습니다. Shine은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없고, 밴드 형태도 아니며, 신체 어떤 부위에도 착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는 점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사용자의 스타일 또는 상황에 따라 목걸이, 시계, 귀걸이, 브로치 등의 형태로 다양한 신체 부위에 착용이 가능해 사용자에게 다양한 옵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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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핏 샤인 광고>

Shine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패션 요소에 충실하면서 운동량 측정까지 정교하게 구현합니다. Misfit은 디자인 강점을 활용하여 정장, 드레스 등과 함께 다양한 부위에 Shine을 착용한 모델의 모습을 패션화보와 같이 담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최근 북미에서 열린 주요 웨어러블 컨퍼런스에서도 성공사례로 각광받은바 있습니다.

착용시 편안함을 주는 제품을 출시해 화제가 된 기업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신체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웨어러블 기기들은 대개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하나의 제품을 추가적으로 들고 다녀야 하고 몸에 밀착되어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요.

대만기업인 AiQ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운동복에 Activity Tracking 기능을 담아 단순히 ‘입을 수 있는(Wear-able)’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에 옷을 입던 방식대로 ‘편하게 입을 수 있는(Wear-comfort-able)’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 상품은 착용상 불편함이 없으면서도 웨어러블 기능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사람들의 기존 행동 패턴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추가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이런 제품은 사람들의 ‘웨어러블’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Wearable Tech Expo 2013에서 대상을 수상한 MaxVirtual의 ‘CYNAPS’도 주목 할만 합니다! CYNAPS은 모자를 쓰면 별도의 이어폰 없이도 내장된 골전도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제품인데요.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적용이 가능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제품의 강점은 어느 모자에나 부착할 수 있도록 반제품 형태라는 것입니다. 반제품이란 제품이 여러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경우, 하나의 공정이 끝나고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기 전의 상태를 말합니다. 완성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부가기능들을 추가적으로 더할 수 있는 상태지요. 즉, 웨어러블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힘겹게 내 스타일에 맞는 웨어러블 모자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모자에 웨어러블 기능을 더할 수 있게 한 것이죠!

향후 이러한 반제품 모듈이 소형화될 수 있다면 헤어 밴드 등으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어, 패션업계의 ‘웨어러블’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춰줄 수 있습니다. 또한 웨어러블 기술이 보다 광범위하게 패션 아이템으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이 출시하는 웨어러블 제품들은 웨어러블 시장의 특징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공통의 화두는 역시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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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 드렸듯이 거대 IT기업과 스타트업/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은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대 IT기업 제품의 기능이 매력적임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기능을 구현한 스타트업의 웨어러블 기기가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패션의 특성을 웨어러블에 잘 표현했는지 입니다! 패션이 기능의 핵심 경쟁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죠.

현 시점을 기준으로 기능을 앞세우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폭넓은 고객층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반면, 특정 타깃에 특화된 스타트업들의 시도가 오히려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죠. 이는 복잡한 기능의 구현으로 인해 생기는 크기, 무게 등 디자인에 대한 제약이 줄고, 그만큼 패션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이겠죠?

최근 거대 IT기업들의 움직임은 이러한 의견을 적극 수용한 모습입니다. 구글 글래스는 레이벤, 오클리 등을 보유한 유명 이탈리아 안경브랜드인 룩소티카(luxottica)와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애플, 소니 역시 스위스 명품시계 업계와의 기술제휴를 위해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패션이 웨어러블 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는 것을 감지한 패션업계도 웨어러블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들이 주요 패션쇼에 등장한 것뿐만 아니라, 올해 미국에서 열린 주요 웨어러블 컨퍼런스에서는 전체 참석자와 발표자의 절반 가까이가 패션 관련 업계의 종사자일 정도였는데요. 이처럼 패션산업과 IT산업은 그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각종 융합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익숙한 듯 낯선 웨어러블! 오늘은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상반된 분위기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웨어러블을 ‘입길’ 바라나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패션과 ‘웨어러블’이 결합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우리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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