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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광저우 패널공장 투자를 통해 알아보는 FTA

2014년 9월 1일 LG 디스플레이의 광저우 8.5세대 LCD 패널공장 준공식이 거행되었습니다. LG 디스플레이의 해외 패널공장 준공은 중국이 명실상부 세계 최대 LCD 시장으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정부가 7대 전략산업으로 선정한 디스플레이 산업의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관세율을 기존의 3%에서 5%로 인상함에 따른 중국 내 시장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데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가 2013년 10월 중국 쑤저우에 패널공장을 완성해 생산에 들어갔고, ROE와 차이나스타 등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어 중국 내 패널 공장의 직접 생산이 없이는 자사 패널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8.5세대 LCD 패널 공장 전경
<LG디스플레이 광저우 8.5세대 LCD 패널 공장 전경>

중국 정부는 이에 머무르지 않고 디스플레이 관세율을 5%에서 8%로 다시 한번 인상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추가적인 외국 기업의 직접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현재 추진 중에 있는 한-중 FTA를 통해 디스플레이 관세를 철폐하여 국내 생산 패널의 수출 경쟁력을 향상시키려고 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디스플레이를 FTA 일반 항목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디스플레이 무역을 대상으로 한 한-중 FTA 협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중 FTA만 놓고 봤을 때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보호를 위해 한-중 FTA는 필수 불가결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과의 디스플레이 무역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FTA가 우리에게 항상 효용만을 가져다주는 걸까요? 특정 대상 국가 또는 특정 산업만의 실효를 놓고 FTA를 단순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LG디스플레이인으로서 대외 무역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그 실효성을 따져 보기 위해 블로그를 통해 FTA가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1. FTA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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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는 Free Trade Agreement의 약자로 국가 간 상품 및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무역 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여 무역 자유화를 실현시키는 국가 또는 지역 간의 특혜무역협정을 말합니다.

2. FTA 추진 배경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또는 WTO(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 체제 중심의 다자간 무역 자유화를 추진해 왔으나, 1980년 이후 국가 간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다자체제의 진전이 더뎌지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 또는 지역별 자유 무역 체제가 확대되게 되었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등장한 국가 간 양자주의 또는 지역주의(RTA, Regional Trade Agreement)적인 특혜 무역 체제인 FTA는 회원국에게만 무관세 또는 낮은 관세를 적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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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또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와 같은 다양한 지역주의(RTA)가 확산됨에 따라 한국은 지역 무역 체제의 역외 국가로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 해외시장의 확보를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FTA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특히, 대한민국이 국내총생산(GDP)의 8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FTA는 선택이 아닌 국제무대에서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인식되게 되었습니다.

3. FTA 연혁 및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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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FTA 체결을 추진하기 시작한 한국은 2004년 4월 1일 한국-칠레 FTA 타결을 시작으로 2006년 3월엔 한국-싱가포르 FTA를, 2006년 9월엔 한국-유럽자유무역연합(EFTA) FTA를 체결하며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교역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게 됩니다. 지난 2013년 12월에는 호주와 2014년 3월에는 캐나다와 마지막으로 FTA를 타결한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 EU를 포함해 48개 국가와 FTA 협정을 체결하였으며 이들 국가의 GDP는 총 세계 GDP의 57.3%에 달합니다. 현재(’14. 9월 기준)도 한-중 FTA를 포함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6개 FTA 협상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4. FTA의 파급 효과

(1) FTA 장점

먼저, FTA의 장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FTA의 장점으로는 첫째, 관세나 수입 쿼터 등의 교역 장벽이 낮아지면서 수출시장이 확대되고 유리한 교역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동일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 국가 대비하여 수출 가격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FTA의 두 번째 장점은 재화와 서비스 품질의 향상을 들 수 있습니다. 무역은 각 국가 간 상이한 생산 조건에 의한 가격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발생하며, 각 국가가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교역이 늘어나면 각 국가는 자원과 생산요소를 더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 더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굳이 비교우위에 있지 않더라도 국내외 기업이 동일한 조건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경쟁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 질의 향상이 자연스레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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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장점은 국가 간 투자 촉진으로 외국 기업의 직접 투자가 확대되어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시장 확대로 인한 자본의 한계 생산성이 개선되어 이로 인해 투자가 촉진된다는 것인데요. 비교우위에 입각한 교역 체제에서 산업 구조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 직접 투자가 증가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즉, 직접 투자는 사업 구조가 유사한 국가일수록 더 커질 수도 있기에 FTA가 직접 투자를 촉진하는지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반대로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활성화되게 될 경우 오히려 국내 산업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기에 투자 촉진이 단순히 장점이라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반면, FTA를 통한 국제적인 기준에 근거한 제도 개선이나 인적 자본 또는 기술의 유입 등에 의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네 번째 장점은 경제적 유대 관계 구축을 통한 협정 국가 간 외교 및 안보 강화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한국과 각 국가 간의 경제적 유대 관계 강화는 자연스럽게 전쟁억제력을 발휘하게 되고 이는 남북과 주변 4강의 대치 관계에 의한 안보 위협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2) FTA 단점

그렇다면 FTA의 단점은 무엇일까요? 먼저, 자유무역협정은 비교우위론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에 오히려 협정 대상국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산업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매번 무역협정 시마다 논란이 되고 있듯이 외국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업, 목축업이나 제약업 등은 외국 기업들의 규모의 경제에 의한 경쟁력 저하로 생존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농업이나 목축업, 의료나 제약업과 같은 산업이 사라지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일부 외국 기업들에 의해 시장이 왜곡될 수 있기에 해당 국가의 ‘식량 안보’ 또는 ‘건강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ISD(투자자-국가소송제, Investor-State Dispute)와 같은 제도에 의해 외국의 기업들이 이윤 활동에 반하는 국가의 정책이나 법에 소송을 걸 수 있다는 점입니다. ISD는 상대국 정부에 의해 발생하는 불합리한 차별 대우나 피해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지만 합리적인 법령이나 공공정책과 같은 올바른 정부의 역할도 무력화 시킬 수 있고 국제기구의 중재 절차가 강대국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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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단점으로는 아직 FTA에 의한 경제적 효과가 뚜렷하게 증명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직 FTA를 체결한지 10년 남짓 된 시점이기에 그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어 있지 않아 정량적 분석은 어려운 상황인데요. FTA의 효과가 불확실한 상황이기에 공격적인 FTA 추진이 향후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NAFTA에 의한 멕시코 경제의 몰락을 비춰 봤을 때 FTA가 반드시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경제 환경과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FTA의 효과가 왜곡될 여지도 있습니다. 일례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놓고 봤을 때 한-EU FTA 발효 이후 디스플레이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지만, 발효 이후 유럽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음을 감안했을 때 수출 감소를 단순히 FTA의 효과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FTA에 대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재로서는 FTA가 분명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기술 주도권 상실로 인해 수출이 줄어들거나 국제 경쟁력이 낮은 자국 산업이 외부의 힘에 의해 왜곡될 때 국가 경제에 큰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한-중 FTA를 통해 관세 장벽을 제거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기술 주도권 확보를 통해 High-end 시장을 확보하고 Premium 제품 이미지를 제고해 나가며 가격 경쟁력 관점의 전략적 해외 직접 투자를 병행해 나간다면 디스플레이 산업의 해외 직접 투자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 아닌 필요 불가결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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