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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예-나만의 작품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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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은 질 좋은 소가죽, 가죽 위에 놓고 본을 뜰 패턴, 송곳, 끌, 조각도, 사포, 접착제, 클램프, 실과 바늘. 무엇보다 가죽이라는 질기지만 부드럽고 늘어나거나 울기도 하는 이상한 소재를 다루기 위한 인내심. 평소의 습관이나 눈대중은 버리고, 오로지 겸허한 관찰력과 도구를 쥔 손의 요령에 의지해 가죽을 길들이고 묶어낼 정성. 이따금 이슬비가 듣고 늦게는 잔설도 날렸던 어느 금요일 오후, LG디스플레이의 세 사우가 용산구 해방촌의 작은 가죽공방에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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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공방 ‘집’의 유일한 작업 테이블에 옹기종이 모여 앉은 세 사람. 공방에서 기르는 고양이들은 사람을 경계하지도 않고, 켜켜이 쌓인 온갖 물건과 가죽 조각들을 헤집으며 나른한 시간을 보냅니다.

작업 테이블에 모이다

해방촌 고개를 오르는 2번 마을버스는 마침 외국인학교 건너편에 조그맣게 자리한 가죽공방 ‘집’의 유리문 앞에서 승객을 내립니다. 간판도 따로 없고, 여느 여염집과 다른 점이라면 적갈색 틀을 덧댄 유리창이 두 벽을 감싼 것. 그리고 그 유리창으로 어렴풋이 잘 만든 가죽가방과 지갑이 진열된 선반과 커다란 샹들리에가 눈에 띈다는 점뿐. 2년 전 개인 작업실 용도로 공방을 내고, 안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졸다가 지쳐 밖을 어슬렁거리자, 궁금증을 못 참은 마을 어르신들이 “여기는 짐승 파는 곳인가?”하고 묻기도 하셨다고 하는군요.

공방을 운영하는 작가 김만집 씨의 유머에 함께 모여 앉은 작업 테이블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근무지와 업무도 다르고, 재직 10년 차 과장님부터 이제 만 1년을 채운 신입사원까지 경험치도 죄다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모처럼 공들인 작품을 만들어 내고픈 마음과 가죽을 고를 때부터 느끼는 설렘은 하나같았습니다. “다 너무 예뻐서 못 고르겠어요.” 테이블에 풀어놓은 색색의 가죽 조각을 열심히 비교해보던 물류운영팀 김민주 대리가 즐거운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색깔이 균일한 것도 있고 조금 얼룩덜룩한 것도 있네요.” OC공정기술팀 송창현 과장은 특유의 눈썰미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작가는 대답합니다. “손염색을 한 것과 기계염색을 한 것의 차이예요. 손염색을 한 가죽은 색이 자연스럽고 더 멋스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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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공방 벽에 걸린 염색된 악어가죽과 도면들.  (오른쪽) 작가가 직접 만든 가죽 소품들과 공예 재료들.

IT/Mobile LTPS Panel 설계팀 박수민 사원은 풋풋함이 묻어나는 애틋한 사연으로 이번 공예체험 행사에 당첨되었습니다. 그가 반나절을 꼬박 들여 직접 만든 명합지갑을 선물하려는 사람은 바로 지나치게 알뜰하신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무슨 물건이든 소중히 아껴 쓰시는 모습은 존경스럽지만, 어떨 땐 너무 하신다 싶기도 하고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가장자리가 다 뜯어지고 제 모양도 잃어버린 물건을 버리지 않고 쓰시는 걸 보면… 이젠 딸이 월급도 받으니까 새 것을 사다 드리면, 뭘 쓸 데 없이 이런 걸 사오느냐고 부러 싫은 소리만 하세요. 하지만 이렇게 좋은 가죽으로 제가 직접 만들어 드리는 물건이면 싫은 체 안 하시고 기쁘게 받으시겠죠?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어요.”

이제 근속 7년 차인 김민주 대리는 바로 일주일 전이 서른한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무렵 왠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많았던 시기였다고요. “생일이었지만 아닌 척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친한 언니가 깜짝 선물로 회사에 떡을 보내준 거예요. 그것도 팀 사람들과 나눠 먹으라고, 한 사람 몫씩 일일이 예쁘게 포장을 해서요. 카드에 적힌 글귀도 감동이었어요. ‘네가 맡은 역할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너 자신이 진정으로 소중하다는 걸 잊지 마.’” 깜짝 선물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언니가 보내준 떡은 민주 씨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주었고, 그 기쁨들이 민주 씨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왔다고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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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그린 작품에 어울리는 가죽을 고르는 사람들. “다 너무 예뻐서 못 고르겠어요.” “색깔이 균일한 것도 있고 조금 얼룩덜룩한 것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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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공방 김만집 작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은 “일상의 자신이 아닌, 지금 내 눈이 보고 있는 것을 믿으라”며 “항시 가죽의 성질과 내가 만들려는 작품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손을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가죽 위에 본을 대고 윤곽을 그리고 있는 김민주 대리의 손, 잘라낸 가죽 가장자리에 ‘본딩’할 공간을 표시하는 박수민 사원의 손, 지갑 가장자리를 꿰맬 실을 고르는 송창현 과장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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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작품 만들기에 몰입하고 있는 사우들. IT/Mobile LTPS Panel 설계팀 박수민 사원, OC공정기술팀 송창현 과장, 물류운영팀 김민주 대리

명품 장인들이 들이는 정성으로

가죽공방 ‘집’에서는 인조가죽도, 재봉틀도 쓰지 않습니다. 작가 김만집 씨가 아무에게나 함부로 알려주지 않는, 질 좋은 가죽만 취급하는 판매상에게서 재료를 사서 모든 제작 과정을 두 손과 몇 가지 단순한 도구만 써서 진행하지요. 가죽 본 가장자리에 접착제를 바를 자리를 정해 미리 끌로 긁어내는 작업부터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꿰맬 자리를 내는 것, 그리고 ‘포니(pony)’라고도 부르는 클램프라는 목재 기구에 지갑을 끼워 조이고, 바늘 2개를 양손에 쥐고 실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가장자리를 여미는 작업까지. 작가는 이 모든 번거로운 과정들이 모두 유럽의 명품 장인들이 고수하는 방식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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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램프에 가죽지갑을 끼우고 바느질 작업 중인 박수민 사원. 바느질 단계까지 제일 먼저 따라온 그를 김만집 작가는 “손재주가 좋다”고 칭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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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마지막으로 다 완성된 가죽지갑을 정성껏 닦아내는 김민주 대리의 손. (오른쪽) 완성된 지갑에는 각자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새겼습니다.

오려낸 넉 장의 가죽이 어느 정도 명함지갑의 모습을 갖추어나가자, 송창현 과장은 기쁨과 뿌듯함을 아이처럼 환한 웃음과 몸짓으로 드러냈습니다. “와, 정말 근사하네!” 자신의 손에서 모양을 잡아가는 가죽지갑을 보며, 또 때로는 새삼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을 계속했지요. LG필립스LCD 시절부터 10년째 몸담아온 직장에서 팀이 바뀔 때마다 새로 만든 명함을 차곡차곡 모아 보관하고 있는 송창현 과장은 손수 만든 이 특별한 지갑도 그의 팀에 새로 들어온 띠동갑 후배에게 선물할 생각이라 했습니다. 오래 전 서툴렀던 자신을 너그러이 가르쳤던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내리사랑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힘을 가한 것의 자국이 그대로 남는 가죽은 그 특성상 손에 들고 접착하는 대신 바닥에 평평히 놓고 장과 장을 겹쳐야 합니다. 그런 다음, 마치 억지로 붙여놓은 것이 아니라 본래 두 장이 서로 녹아든 것처럼 만들기 위해, 본딩한 가장자리를 망치로 신중히 때려야지요. 장과 장이 조금 어긋나더라도 가죽이 우는 것보다 가장자리를 잘라내는 게 낫다고 말하는 김만집 작가는 가죽에서 “시선을 놓지 말라”, “나를 믿으면 안 되고 내 눈에만 의지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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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공방 ‘집’에서 특별한 오후를 만든 세 사람. (왼쪽부터) 송창현 과장, 박수민 사원, 김민주 대리.

그들의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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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대리

 친한 언니가 운영하는 카페 옆자리에도 가죽공방이 있어서 가끔 들르면 유심히 보곤 했거든요. 언젠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이런 기회가 생긴 거예요! 뜻밖의 선물을 연달아 받게 돼서 정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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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과장

 과정은 꽤 어려웠지만 좋았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올해 소망이요? 저는 9살, 7살 먹은 두 아이가 있는데요. 올해 다른 학교에서 2학년을 다닐 첫째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잘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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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 사원

 재미있었어요! 가죽은 애기 다루듯 해야 하는 소재라는 걸 새로 알았죠. 제가 직접 만든 명함지갑을 아버지께 드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이상해요. 저도 선배님들처럼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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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집 작가가 운영하는

   가죽공방 ‘집’

    서울 용산구 신흥로 121

    010-7575-1551

    http://blog.naver.com/00lallalla/

사진 출처: Magazine GOO:D/ 권현정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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