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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젊은공학인상’ 수상자 김병구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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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2일, IT·모바일 개발그룹장 김병구 상무가 한국공학한림원이 수여하는 ‘젊은 공학인상’을 수상했습니다. 1992년 입사해 24년 간 LCD만을 연구하며, 국내 최고 디스플레이 전문가로 인정받은 그는 수상의 영광을 모두 동료 엔지니어에게 돌렸습니다. ‘좋은 회사에서 멋진 동료들과 만나 젊은 날을 보낸’ 자신을 LG(Lucky Guy)라 부르는, 김병구 상무를 만났습니다.

국내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 자랑하는 한국공학한림원은 학계, 산업계 및 국가의 기관 등에서 공학 및 기술 발전에 공적을 세운 우수한 과학기술인을 발굴, 우대하기 위해 학술연구와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매해 모든 공학 분야를 통틀어 대상 1명, 젊은 공학인상 2명 등 총 3명의 과학기술인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이 상은 역대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안철수 국회의원, 변대규 휴맥스 창업자,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 등 쟁쟁한 공학인들을 선정한 만큼, 수상 공학인에게 있어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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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상을 수상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제 개인의 영광으로만 보기에는 과분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출중한 엔지니어들이 많은 좋은 회사에 다닌 덕이라 생각합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특히나 팀웍이 중요합니다. 좋은 팀원들과 함께 성과를 낼 수 있었으니 정말로 동료들을 대표해서 받은 것이지요. 제가 이 상을 받음으로써 지난 20년간, 업계 글로벌 1위로 성장한 LG디스플레이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동료들의 성과뿐 아니라 독보적 경쟁력을 갖춰온 한국의 디스플레이가 인정을 받는 것 같아 더욱 기쁩니다.

말씀하신 디스플레이 업계의 팀웍에 대한 정의와 특별히 강조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디스플레이는 장치산업이어서, 개인 한 명이 탁월하게 잘한다고 성과를 낼 수가 없습니다. LCD패널만 해도 기구, 회로, 광학 설계라는 3가지 부문이 서로 맞물려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크게 보면 개발, 생산, 고객에게 전달하는 영업과 품질관리까지, 모든 과정이 긴밀하고 원활한 협업 아래 진행되어야 완성되는 것이지요. LG디스플레이가 인재가 갖춰야 할 필수덕목으로 전문성, 열정과 함께 팀웍을 꼽는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로써 LG디스플레이라는 회사에 자부심이 큰 것 같습니다.

LG라는 회사명을 저는 ‘Lucky Guy’로 읽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업계 글로벌 1위로 성장하는 동안 엔지니어로써 젊은 시절을 함께 했다는 것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추억은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LG디스플레이는 엔지니어들을 우대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상범 CEO는 우수 인재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가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그룹 회장님께서도 그룹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우수 엔지니어를 선발, 시상하는 연구개발상 제도에 많은 관심을 쏟고 계시고요. 이런 회사와 그룹의 방향성은 현업 엔지니어들에게 큰 자부심과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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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연구 초창기부터 연구를 시작해 한국 디스플레이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셨는데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것이 1992년입니다. 처음에는 LCD가 Laser Compact Disk(레이저 콤팩트 디스크)인 줄 알 정도로 기술에 대해 잘 몰랐고, 전공 분야도 아니었지만 3~4인치 휴대용 TV 화면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개발업무에 참여하면서 재미와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지만, 업계를 이끄는 기술선두기업에서 함께 성장하며 글로벌 1위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현재 LG디스플레이에서 IT/Mobile 개발그룹장을 맡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십니까?

제가 이끄는 IT/Mobile 개발그룹은 모니터, 노트북, 태블릿, 자동차, 스마트폰,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등 6개 제품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파주와 구미 사업장에 근무하는 IT/Mobile 개발그룹의 구성원들을 이끌고 지난해 모니터 부문에서 34인치 Curved 제품과 노트북 부문에서 14인치와 15인치 Value IPS 제품,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5.5인치 QHD 제품 등 각 제품군별로 대표 제품들을 개발했습니다. 또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CI(Cost Innovation) 활동으로 노트북 제품의 흑자 전환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가장 주목 받은 성과는 모바일 디스플레이에 적용된 AIT 기술인데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야심작으로 선보인 신기술이 LCD와 터치센서를 일체화한 제품인 AIT(Advanced In-cell Touch)입니다. 기존 스마트폰 화면이 액정 위에 터치센서를 부착하고 강화유리로 덮는 방식이라면, AIT는 액정 내에 터치센서를 내장함으로써, 더욱 얇고 가벼우면서도 터치 감도까지 우수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LCD보다 가격 경쟁력도 높은 제품입니다. 향후 이 기술을 IT/Mobile 전 제품군에 적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초고해상도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까요?

스마트폰 화면의 진화는 해상도 발전과 같이 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망막으로 구분할 수 있는 최고 화질이라며 처음 등장했던 324dpi를 넘어서, 지난 해 출시된 LG전자의 G3 스마트폰에는 현재 상용화된 최고 해상도인 538ppi의 화면이 탑재돼 있지요. 사실 화질에 민감한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400ppi대와 500ppi대 스마트폰 해상도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콘텐츠를 TV·컴퓨터·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로 보는 N Screen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고, 이미 다른 디스플레이를 통해 고화질을 경험한 소비자가 동일한 퀄리티를 다른 어플리케이션도 즐기고 싶어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고해상도 구현은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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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개발에 따른 압박도 커질 것 같은데요.

1년에 하나씩 선보이던 신제품을 6개월, 3개월에 한 번씩 낼 만큼 개발주기가 짧아지고 있습니다. 파트너사가 제품개발을 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는 것이 저희 개발그룹의 임무이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팀원들에게 스피드와 유연한 대응을 강조합니다. 개발 초기에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1년 후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예측해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봅니다.

중국 등 후발업체들과의 차별화 전략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판매가격의 하락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 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IT/Mobile 개발그룹은 Plus 제품 개발이나 부품의 표준화 및 공용화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5년을 대비해, 차별화된 모바일 제품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각의 평면 디스플레이는 대만과 일본의 추격이 거셉니다. 업계 1위인 LG디스플레이가 추격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존에 존재하는 제품 안에서는 힘듭니다. 결국은 OLED가 새로운 시장의 대안이자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별히 OLED를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다양한 디자인과 화질 경쟁력은 디스플레이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런데 LCD는 기판이 유리라 굽히거나 휘게 만들기가 어렵지요. 반면 OLED는 화질이 독보적인 자체발광이면서 플라스틱 소재로도 만들 수 있어 휘거나 접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제가 보는 가장 큰 가능성입니다. 스마트폰은 플렉서블과 커브드폰을 넘어, 향후 폴더블로까지 진화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LCD 기술로는 한계가 보이기 때문에 결국은 OLED로 넘어 갈 것이라 생각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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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받은 상금 일부를 이공계 인재를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겠다고 하셨는데요.

젊은 공학인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 일부를 제가 성장해온 모교에 장학금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공계 인재들이 더 많이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또, 공학인이 가져야 할 에디튜드와 자부심, 학문적 열정을 배울 수 있었던 모교이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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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개발그룹장으로서 평소 다짐하는 부분이나 개인적인 비전을 묻고 싶습니다.

일할 때 팀원들에게 하는 말은 계획은 치밀하게! 실행은 독하게! 개발은 한 방에! 라는 겁니다. 또 미치지 않으면 도달하지 못하고, 미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 불광불성(不狂不成)이라는 말로 엔지니어로서의 열정을 다지기도 합니다.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할 때는 남다른 열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스스로의 내적성장보다 IT/Mobile 개발그룹이 앞으로 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현재의 회사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하는 것이, 제가 맡아야 할 책임이자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출처: Magazine GOO:D/ 권현정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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