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ㅣ 뫔대로연구소 대표연구원 김창동
다보스포럼에서도 Hot한 명상
매년 1월이면 스위스 동부의 휴양지인 다보스로 유력 정치인, 석학, 기업가 등 전세계의 영향력 높은 사람들이 다보스 포럼이라고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정치, 경제, IT, 금융, 환경, 농업, 예술, 문화까지 세계의 이슈와 미래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이기에 매년 초 이 곳으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됩니다.
수년 전부터 세계경제포럼에서 빠짐없이 마련되고 있는 세션이 있는데 바로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명상입니다. 특히 올해 포럼에서는 명상이 뇌의 구조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Davison) 박사를 비롯한 위스콘신대학 심리학 교수진들을 초청해 “다보스포럼 2015에서의 마음챙김명상”이라는 팟캐스트 온라인 방송까지 마련할 정도로 명상에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 다보스포럼 2015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마음챙김 명상 세션 (출처 : https://agenda.weforum.org)
LG디스플레이, 명상으로 직원 심신 건강 돌보기
다보스포럼 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나이키, 골드만 삭스, 프록터 앤 갬블스(P&G), 도이치방크 등 세계 유수의 기업도 사내에 명상실을 마련하거나 직원들에게 명상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은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라는 7주 과정의 자체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직원들에게 보급을 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의 행복과 건강을 경영 활동의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는 LG디스플레이도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국내 어느 기업보다 한 발 앞서 적극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에 새로 마련된 명상실 Health & Wellness Room에서 추석을 며칠 앞두고 “뫔과학으로 알아보는 스트레스와 명상” 특강 시간을 갖고, 명상이 어떻게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보고, 명상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그 효과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Health and Wellness Room
긴밀하게 연결된 몸과 마음, 합쳐서 “뫔”
‘뫔’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실텐데요, ‘뫔’은 ‘몸’과 ‘마음’을 합쳐서 일컫는 말입니다. 몸과 마음은 서로 떨어져있지 않고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화가 많이 나면 혈압이 올라가고, 걱정에 빠져있으면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 되는 것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는 몸을 활기차게 움직이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위협 받는 상황이 생기면 심장, 혈압, 혈액순환, 소화기관, 호흡, 근육, 침샘 등 몸의 각 부분과 기능은 생존을 위한 자동 반응으로 Fight or Flight(투쟁-도주)를 위한 긴장상태가 됩니다. 위협 상황이 해소되면 몸이 다시 이완되고, 균형 상태로 회복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는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몸의 각 부분은 정상 가동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현대인들에게는 보편적인 상황이기도 합니다.
명상, 스트레스에 덜 예민한 뇌 구조를 만든다
명상을 하게 되면 외부의 불편한 자극과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뇌의 구조에 변화가 생깁니다. 불안과 분노의 감정에 예민한 뇌 부위는 작아지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뇌 부위는 발달하게 됩니다.
앞서 말씀 드린 위스콘신대학의 리처드 데이비슨 박사는 10년에서 50년 간 명상을 한 티벳트 승려 175명의 뇌를 fMRI로 촬영해 그러한 결과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8주간 명상을 해 본 실험에서도 명상으로 인한 뇌의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되었습니다.
꾸준한 명상을 통해 이러한 뇌 상태가 되면 외부 자극에 대해 민감하지 않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사진설명) 명상을 통한 뇌 변화를 연구한 리처드 데이비슨 박사와 연구결과가 보도된 워신톤포스트 기사. 프랑스 과학자 출신의 티벳 승려 메튜 리카드(Matthieu Ricard)는 행복감을 느끼는 왼쪽전전두엽의 두께가 일반인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두꺼워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별명을 붙었습니다.
앉아서 하는 지겨운 자세로만 명상? No No No. 걷고 누워서도 명상~
명상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오랜 시간 조용하게 앉아 있는 장면을 떠올리지만, 그것만이 명상은 아닙니다. 명상은 외부로 향해 있는 주의를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명료하게 알아차림하는 것이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입니다. 이번 특강에서는 명상실을 다양한 방향과 속도로 걸어보면서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느껴보는 명상과 누워서 몸의 각 부위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알아차려 보는 명상을 해 보았습니다.
한 참가자는 “걸을 때 이렇게 많은 뼈와 근육이 움직인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게 되어서 놀라웠다”고 전하셨고, 30분 간의 명상 후에 한층 가벼워진 몸 상태를 경험하고, 깊은 이완을 통해 ‘푹 쉬었다’고 말씀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스트레스라는 끝없는 파도. 어떻게 넘을 것인가?
적절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개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확장시켜주기도 하고, 성취감과 활력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리되지 않고,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마음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신체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 요소가 됩니다.
스트레스는 삶의 일부이며, 생명체가 외부의 위협을 감지할 때 생존을 위해 꼭 느껴야 하는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반응입니다. 바다의 파도처럼 늘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잘 관리하고 잘 넘어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즉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명상이 스트레스 관리에 절대적이고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스트레스라는 파도를 타는데 유용한 서핑보드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밀려오는 파도에 움츠리기보다는 파도를 멋지게 넘어 볼 자신만의 서핑보드를 한 번 마련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