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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화면을 이루는 작은 ‘픽셀(Pixel)’들을 화면 밖으로 꺼내어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남자가 있습니다. 픽셀을 예술작품으로 만든다는 것도 생소한데 이 남자, 이 픽셀 아트(Pixel Art)로 세계를 정복하겠다고 하네요. 대체 픽셀 아트가 무엇이기에 그런 포부를 갖게 된 건지, 주재범 작가가 말하는 픽셀 아트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픽셀 아트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픽셀이라는 디지털 최소단위를 하나하나 찍어서 이미지를 완성하는 장르를 말해요. 미술 화법 중에 점을 찍어서 그림을 완성하는 점묘법이라고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시면 이해가 좀 쉬울 겁니다. 단, 픽셀 아트는 사각형 모양의 점을 찍는다는 게 다르지요.

 

어렴풋이 감은 오지만 여전히 확실하게 이해되지는 않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 이미지를 보시면 이해가 잘 되실 겁니다. 위 그림처럼 픽셀들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것을 픽셀 아트라고 해요. 즉 픽셀로 재해석하는 이미지죠. 그런데 픽셀 아트는 단순한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아요. 이미지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는 것을 통틀어 픽셀 아트라고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픽셀 아티스트가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6년 전 정도였을 거예요. SNS와 블로그의 프로필 사진을 넣으려는데 어떤 이미지를 넣어야 할지 망설여지더군요. 실제 제 사진을 넣자니 재미없고, 다른 데서 퍼온 이미지를 넣자니 그건 또 제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러다 문득 포토샵 프로그램의 빈 레이어를 보다가 레이어의 격자 무늬에 색을 채워 얼굴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작업한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니 주위 반응이 좋았어요. 그리고 여기저기서 자기 것도 그려달라고 요청하면서 짧은 시간에 제 작업물들이 온라인 상에서 퍼지게 되었지요. 얼마 뒤 이탈리아의 한 잡지가 인터뷰를 요청했고, 또 엘르(Elle) 파리 본사에서도 제 기사를 싣고 싶다고 연락해왔습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픽셀 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픽셀 아트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의 대표적인 작품 몇 개만 소개해주세요.

 

 

먼저, 디지털 이미지로 완성한 고흐 자화상부터 소개하겠습니다. 픽셀 아티스트로서 거듭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작품이라 제게는 의미가 아주 큰데요. ‘그때 좀 더 잘 그렸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당시 그만큼의 실력이었기에 자만하지 않고 더 노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주방이나 화장실에서 쓰는 유리타일로 만든 벽화 작품입니다. 사진 형태의 원본을 픽셀 이미지로 재구성한 다음 유리 타일을 활용해 벽면에 픽셀 아트를 완성한 것입니다.

 

▲ 출처: 주재범 작가 제공

 

 

이건 프랑스의 한 아티스트와 공동으로 작업한 거리예술인데요. 제가 명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픽셀 이미지로 만들었고, 프랑스 예술가가 이를 격자무늬의 환풍구에 재구성했습니다. 환풍구를 스케치북 삼아 색색의 바람개비를 수놓았습니다.

 

▲ 출처: 주재범 작가 홈페이지

 

장난감 블럭으로 완성하는 픽셀 아트도 있습니다. 픽셀 아트로 완성한 이미지 위에 블럭을 맞춰 완성하는 것으로, 주로 인물 사진에 많이 활용합니다. 현재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액자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 반응이 좋습니다.

 

 

이 밖에도 ‘라바’ 캐릭터를 활용한 픽셀아트 작품을 명동 담벼락에 붙이는 퍼포먼스와 십자수 형태의 픽셀 아트를 족자 형태로 만들어 전시한 것 등이 기억에 남네요.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되는 픽셀 아트, 이 장르가 갖는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또래는 8비트 컴퓨터부터 최신 컴퓨터까지 모두 경험한 세대예요. 그래서 큼지막한 픽셀들을 보면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지요. 반면 8비트를 경험하지 못한 어린 친구들은 ‘과거에는 픽셀들이 이렇게 컸구나’하면서 재미있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처럼 픽셀 아트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하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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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주 작가님이 픽셀 아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뭘까요?

 

픽셀 아트로 세계를 정복하고 싶어요.(웃음) 누구나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모두가 하나씩 픽셀 아트를 갖게 된다면 그게 세계 정복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픽셀 아트를 액자 형태로, 어떤 사람은 옷에 다는 브로치 형태로, 또 어떤 사람은 상상하지 못한 또 다른 형태로 갖는 거죠. 앞서 보신 것처럼 픽셀 아트는 무척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제 꿈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픽셀 아트가 더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도록 할 테니 많이 지켜봐 주세요.


주 작가님의 말을 들으면서 눈 앞의 사물들을 픽셀 단위로 쪼개어보는 상상을 해봤는데요. 우리의 시선을 조금만 바꿔보면 무궁무진한 픽셀 아트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예술이 한층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주재범 작가님의 원대한 꿈이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네요. 픽셀 아티스트 주재범 작가님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길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