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발전하는 디스플레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실감 나는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해 고해상도와 빠른 구동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디스플레이에 맞는 고해상도와 빠른 구동 주파수를 보내주기 위해서는 그만큼 빠른 영상 처리 속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영상이 필요하고, 주변 상황을 실감나게 반응해야 해요.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고해상도, 고주파수 처리를 위한 고성능 AP의 성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가상현실을 구현하기에는 부족합니다. 360도 화면으로 촬영된 해상도 및 프레임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GPS를 인식하여 보여주는 영상도 매끄럽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이용한 주변 인식 수준도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제안되고 있지만 그것을 모두 적용시킬 수 없습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업체마다 제안하는 방법이 다른 것도 문제입니다.

현실이 이런데 너도나도 가상현실 기기를 만들고 콘텐츠를 제작하니 콘텐츠와 기기가 파편화되고, 소비자는 불안정한 가상현실 기기를 쓰며 제한된 콘텐츠만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이건 결코 VR의 미래를 위해 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 VR기술 공동 연구 및 콘텐츠의 표준 정립을 위해 설립된 ‘글로벌 가상현실 협회(GVRA)’ (이미지 출처: GVRA 웹사이트)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지난 2016년 12월 7일. 가상현실 시장을 이끄는 구글, HTC, 오큘러스VR, 소니, 에이서, 스타VR등 6개사가 VR 관련 기술의 공동 연구 및 관련 표준 정립을 위해 ‘글로벌 가상현실 협회(Global Virtual Reality Association- GVRA)’를 결성하였습니다.

이로 이해 다양한 업체가 난립하면서 파편화된 단말 및 콘텐츠 제작의 표준을 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어떤 방식으로 서로 협의를 이끌어 낼까요?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구글에서 내놓은 가상현실 플랫폼을 보면 그 답을 미리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글 데이드림 뷰 (Daydream View)

 

▲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구글의 카드보드 (이미지 출처: 구글 카드보드 웹사이트)

고작 몇천 원의 재료비만 갖고도 만들 수 있는 구글의 카드보드는 꽤 큰 흥미를 일으켰습니다. 구글의 VR 부사장인 클레이 베어버(Clay Bavor)에 따르면 카드보드는 2014년 I/O에서 공개된 이후 5백만 개 이상이 팔렸다고 하는데요, 사용자가 도안을 다운받아 직접 만들거나 중소 업체에서 유사제품으로 공급한 수량을 생각해보면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VR을 직접 체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구글의 VR 호환 앱 다운로드 수는 2천 5백만 개, 카드보드 보기 모드에서 35만 시간의 유튜브 콘텐츠가 시청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VR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걸 비춰 보면 정말 엄청난 수치예요.
구글의 골판지로 만든 장난감 같은 카드보드가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VR 체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다만 스마트폰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VR 수준은 다를 수 밖에 없고, VR 전용 스마트폰이 아니다 보니 그 퀄리티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 구글이 VR플랫폼과 함께 선보인 VR기기 (이미지 출처: 구글 데이드림 뷰 웹사이트)

그래서 구글은 2016년 5월 구글 I/O에서 데이드림 뷰(Daydream View)라는 VR 플랫폼을 내놓습니다. 구글이 레퍼런스 제품을 함께 내놓았지만 데이드림 뷰는 단순한 제품이 아닙니다. 앱도 아니고 콘텐츠도 아니죠. 하드웨어 사양, 새로운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개발자 도구, 앱스토어까지 포함된 통합적인 생태계입니다.

 

▲ 구글의 데이드림 뷰를 사용하기 위해선 데이드림 레디 (Daydream-ready)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미지 출처: 구글 유튜브)

모든 스마트폰이 데이드림 뷰와 호환되는 건 아닙니다. 구글은 ‘데이드림 레디 (Daydream-ready)’라는 인증을 각 휴대폰 제조사가 받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데이드림 레디를 인증을 받기 위해서 최소 초당 60프레임을 재생하는 고성능 SoC 탑재 및 낮은 지연속도를 가진 디스플레이(OLED)가 적용되어야 하며, 20밀리 초 미만의 지연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구글에서 제안하는 2개 버튼의 VR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죠. 구글 데이드림 뷰 영상을 한번 보시면 이해하기 쉬우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데이드림 뷰의 스펙이 높은 퀄리티의 VR을 체험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60fps라는 낮은 구동 주파수 등이 가상현실에서는 끌림과 어지러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부분은 점차 스마트폰의 스펙이 높아가면서 해결될 것이라 봅니다.

 

구글 탱고 (Tango)

증강현실은 가상현실의 일부분으로, 현실 배경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합성해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기술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상용화되었고, 최근에 포켓몬고 등의 게임과 함께 폭발적인 관심을 가지는 분야죠. 하지만 기존의 증강현실에는 하나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현실과 따로 노는 현상인데요, 현실에 대한 큰 고민 없이 그 위에 가상 이미지를 합성하다 보니 어설펐던 거죠.

탱고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에서 개발한 증강현실 기술 플랫폼입니다. 탱고는 GPS 좌표를 이용하여 위치를 파악한 기존 스마트폰의 AR과 달리 깊이와 심도, 명암을 파악하는 특수 카메라를 통해 현실 세계를 정확히 스캐닝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조악했던 기존의 AR 성능을 개선하여, 게임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현실감을 대폭 증가시킨 모바일 AR 앱의 등장을 촉발했습니다.

 

▲ 구글 탱고를 활용해 사물의 크기를 파악하는 모습 (이미지 출처: 구글 탱고 웹사이트)

데이드림 뷰와 마찬가지로 탱고를 쓰기 위해서는 구글의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탱고를 적용한 기기는 일반 스마트폰보다 훨씬 많은 3개의 후면 카메라와 5개의 센서를 탑재해야 합니다

 

▲ 탱고를 적용한 최초의 스마트폰, 레노버 팹2 프로는 공간을 읽을 수 있는 3개의 카메라를 탑재했다.
(이미지 출처: 레노버 웹사이트)

첫 번째 카메라는 1,6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통해 일반 카메라처럼 이미지를 찍습니다. 두 번째 카메라는 배경과 사물의 깊이와 심도를 파악하는 특수카메라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카메라는 사물의 명암을 파악하는 특수 카메라입니다. 여기에 각 카메라와 연동된 센서가 있고, 이를 이용해 탱고의 3대 핵심기술인 모션 트랙킹(Motion tracking), 심도인식(depth perception) 그리고 공간학습(aral learning)을 툥해 주변을 정확하게 파악합니다.

그리고 자이로스코프, 가속도계, GPS를 연동해 사용자와 기기의 위치를 파악한 후, 사용자의 움직임에 맞춰 가상 이미지를 어떻게 변형할지 판단하여 정밀한 증강현실을 구현하게 되죠. 이를 통해 사용자는 기존 AR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의 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3년 전 구글이 소개한 프로젝트 ‘탱고’는 현실이 되어 최신 스마트폰에 적용되고 있다.
(영상 출처: 구글 ATAP 유튜브)

구글이 내놓은 가상현실 플랫폼인 데이드림 뷰와 탱고는 기존 스마트폰에서 제공했던 조악한 가상현실의 경험을 두세 단계는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진보와 하드웨어 혁신의 결합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벌써, 이 두 개의 플랫폼을 모두 적용한 아수스의 젠폰 AR이 올해 CES2017에서 출시되었습니다.

 

관련 포스팅: CES 2017을 빛낸 최고의 제품들 – (3) TV & 모바일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스마트폰이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높은 수준의 가상현실을 구현할 것이고, 기술이 발전될수록 부족한 부분은 끊임없이 개선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더 현실감 있는 가상현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상상해볼 수 있겠네요.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김태궁 책임의 가상현실의 진화 시리즈 포스팅 모아 보기

가상현실의 진화 – (1) 현실이 된 가상현실
가상현실의 진화 – (2) 발전하는 디스플레이
가상현실의 진화 – (3) 마이크로LED, OLEDoS, OLED
가상현실의 진화 – (4) 하드웨어 플랫폼
가상현실의 진화 – (5) 진화하는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