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필진의 글은 LG디스플레이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서울경제 이종혁 기자

 

베이징·상하이 같은 중국 대도시를 방문하면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디스플레이가 어딜 가든 보인다는 점입니다. 고층 빌딩의 휘황찬란한 광고판부터 택시 뒷좌석은 물론, 작은 동네 구멍가게 간판도 디스플레이가 밝게 빛나고 있죠. 때로는 작은 건물에 덕지덕지 붙은 현란한 디스플레이 때문에 눈이 아플 정도입니다.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의 인구가 15억명이라 하면 1억5,000만명짜리 시장이 10개 있는 것과 같다. 그 중 어떤 시장은 세계 최고 품질의 디스플레이로 공략해야 하지만 다른 시장은 양산 과정에서 나오는 불량품을 소비한다. 국내 기업은 불량품이 나오면 그대로 손실이 되지만 중국 기업은 불량품을 만들어도 돈을 버니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이처럼 두려우면서도 부러운 성장세를 이어온 지 10여년이 지났습니다. 여러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조만간 중국업체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국 디스플레이 1위 기업 징둥팡(BOE)이 2017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학회 ‘SID 2017’에 선보인 4.35인치 플렉서블 AMOLED 밴드 디스플레이 (이미지 출처: 징둥팡(BOE) 웹사이트)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어떨까요? OLED 시장에서 중국은 아직 한국과 수 년 정도 기술격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양산을 시작하면서 성장의 기틀은 마련하고 있습니다. BOE는 2017년 5월, 중국 청두에 위치한 6세대 플렉시블 OLED 패널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BOE는 쓰촨성 몐양시에도 플렉시블 OLED 공장을 짓고 있는데 공사비의 절반은 몐양시가 부담한다고 합니다. 특히 BOE는 2017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학회 ‘SID 2017’에 자발광(EL)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패널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발광 QLED는 OLED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기술중 하나입니다.

BOE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기업인 TCL그룹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도 우한에 6세대 플렉서블 OLED 생산라인을 만들기 시작했죠. 2020년 1·4분기에는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입니다. 이밖에 에버디스플레이(EDO)는 2019년 2·4분기에 가동하는 6세대 중소형 OLED 공장을 상하이에 짓기로 했습니다. 티안마는 우한의 LCD 설비를 6세대 OLED 설비로 전환해 2018년 2·4분기부터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트룰리·GVO 등도 2019년부터는 OLED 패널을 양산할 계획이죠.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 징둥팡(BOE)이 2017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학회 ‘SID 2017’에 선보인 5.5인치 WQHD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 (이미지 출처: 징둥팡(BOE) 웹사이트)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고속 성장은 15억명에 이르는 거대한 내수 시장에만 의지하지 않습니다. 최근의 추동력은 제조업과 인터넷을 융합, 제조업 기술력을 세계 일류로 끌어올리겠다는 중국 정부로부터 나옵니다. 바로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야심찬 계힉입니다.

2015년 5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이 계획을 보면 중국은 2025년까지 독일·일본 수준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2035~2045년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제조업 1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 천문학적인 자금을 연구개발(R&D), 설비투자 보조금, 인재확보 등에 퍼붓고 있죠. 현재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공장을 지어올릴 때 중앙·지방 정부로부터 수백억위안을 보조받고 있습니다.

황해 너머 중국의 굴기를 바라보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을 넘어서려고 하지 말고 중국에 올라탈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해 중국 기업과 협력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되, 이들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한발 앞선 기술을 계속 손아귀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LG디스플레이를 필두로 OLED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한국의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에 그린라이트가 켜졌습니다. 대형뿐만 아니라 플렉서블 OLED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는 중국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입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OLED 이후에 등장할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표준도 서서히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많습니다. 물론 전세계 학계와 산업계 모두 OLED 이후에 어떤 디스플레이가 국제 표준으로 등장할 지에 대해서 정확한 예측을 하지는 못하고 있어 이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LG디스플레이의 15조원 OLED 대규모 투자가 발판이 되어 그 선구자의 역할을 한국 기업들이 한번 더 해내길 바랍니다.

 

“사외필진의 글은 LG디스플레이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