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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최경철 교수, “디스플레이 모듈이 아닌 브랜드로 경쟁해야”

카이스트 최경철 교수
카이스트 최경철 교수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카이스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인하대 등 다양한 학교와 산학협력 관계를 맺거나 대학의 교수님들로부터 디스플레이 기술 관련 조언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최경철 교수님과 최근 진행한 인터뷰를 소개해 드립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최경철 교수

최경철 교수님은 2005년부터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디스플레이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옷처럼 입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시고, 피부나 수면장애 치료 등 의료 분야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LG디스플레이와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카이스트를 만납니다! (이미지 출처: 카이스트 웹사이트)
LG디스플레이와의 산학 협력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카이스트의 미래융합소자동(Device Innovation Facility) (이미지 출처: 카이스트 웹사이트)

Q. 교수님의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의 최경철 교수입니다. 카이스트에는 2005년 2월에 부임했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디스플레이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93년도에 디스플레이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디스플레이로 박사학위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산업체에서 7년 정도 디스플레이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세종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습니다.

현재 주 연구분야는 OLED를 이용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입니다.

Q. 80~90년대에는 디스플레이가 많이 발전한 분야가 아니었나요?

그렇죠. 제가 80년대 말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CRT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에는 디스플레이가 지금처럼 산업적으로 성장하리라 쉽게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제가 전공한 전기전자에서 디스플레이는 소위 ‘정통’ 분야는 아니었습니다. 전자기기, 시그널 프로세스, 반도체 등이 정통 분야였죠 제가 디스플레이 공부를 했습니다만, 지금처럼 디스플레이가 산업적으로 크게 성장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 지도 교수님께서도 아마 예측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과거에는 분명 디스플레이가 주목 받는 기술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중요한 기술이지만요.  
 

Q.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 단계는 어떠한가요?

과거 디스플레이 기술은 일본이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위상을 차지한 결정적 계기는 양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라 봅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도 파주에 대단위 양산이 가능한 공장이 있죠? 우리나라는 양산 경쟁에서 경쟁국을 압도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게 됩니다.

디스플레이 모듈 측면에서는 과거 LCD와 PDP 간 기술 경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모듈 경쟁이 궁극적으로는 산업 전체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지만, 한편으로는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선의의 경쟁은 괜찮은데, 너무 과도한 경쟁을 하다 보니 결국 PDP 사업이 쇠락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또 OLED를 갖고 기술 경쟁을 하잖아요. 그런데 과연 이렇게 디스플레이 모듈만 갖고 경쟁을 하는 것이 미래에 도움이 되느냐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최경철 교수가 생각하는 디스플레이 분야 발전 방향

Q 그러면 어떠한 경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브랜드 경쟁을 해야 합니다. 자동차도 ‘엔진이 무엇이다’로 경쟁하지 않잖아요. 브랜드 즉, 제조사의 네임밸류로 서로 경쟁을 하잖아요?

TV의 경우에도 디스플레이 패널을 두고 ‘LCD VS OLED’와 같은 구도보다, ‘LG VS 경쟁사’ 이런 경쟁 구도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TV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마음 속에 “LG에서 만들었으니 더 신뢰가 가고, 더 좋은 기능이 있을 것이다”와 같은 믿음을 줘야 하는 것이죠. 이 부분은 산학협력에서 제가 LG디스플레이에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브랜드와 기능을 주요한 차별화 포인트로 잡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LCD와 OLED의 구도가 계속된다면, 결국은 둘 다 어려워 질 것으로 봅니다.
 

LG디스플레이와 카이스트가 협력해 수행하는 기술 개발

Q LG디스플레이와는 어떠한 분야에서 산학협력을 진행하시나요?

LG디스플레이와 카이스트 간 산학협력센터를 제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업무입니다. 하나는 미래의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인큐베이션 과제, 다른 하나는 현재 현업부서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패키지 과제입니다.

LG디스플레이-카이스트 산학협력센터
LG디스플레이-카이스트 산학협력센터

마이크로 LED,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등과 같이 아직 상용화는 아니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측면에서 진행하는 기술개발이 인큐베이션 과제입니다. 패키지 과제는 OLED 효율 향상 등 지금 당장 개선이 필요한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카이스트 산학협력센터
LG디스플레이-카이스트 산학협력센터

Q 산학협력 측면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LG디스플레이의 강점은 무엇이 있나요?

다른 기업의 경우 CEO나 CTO 레벨에서 산학협력을 한다고 이야기를 한 후 실무진에서 잘 진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산학협력센터를 세우고, 실무진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매우 오픈 마인드로 미래 기술에 대해서도 적극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실무진도 수시로 카이스트를 방문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기술개발 진도를 확인합니다.

카이스트 최경철 교수가 생각하는 미래 디스플레이

Q 디스플레이가 개인의 삶에 많이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앞으로 디스플레이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요?

디스플레이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모바일이 대표적이죠. 향후 IoT 기술이 더 발전하면,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든지 정보를 확인하게 됩니다. 무엇을 통해서 정보를 확인할까요? 디스플레이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핵심 기술입니다. 그런데,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큽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 중 하나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입니다. 이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우리가 입는 옷에 디스플레이가 부착될 수 있습니다. 패션에 디스플레이가 사용되는 것이죠. 이처럼,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TV나 모바일을 넘어 패션,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될 것입니다.

Q 디스플레이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데 LG디스플레이의 역할이 중요할까요?

물론입니다. 제가 소위 말하는 직물 OLED 디스플레이를 연구한다고 이야기 드렸잖아요? 패션의 도시인 대구에서 패션과 관련된 박람회나 세미나를 할 때 저에게 강연 요청이 옵니다. 그러면 제가 디스플레이가 어떻게 패션에 활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줘요.

가령, 밤에 경찰이나 도로공사를 하시는 분이 디스플레이가 부착된 의류를 입으면 더 안전해 집니다. 멀리서도 운전자가 OLED 빛을 보고 사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조그마한 디스플레이 패치를 옷 소매 부분에 부착하면, 소비자는 굳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바로 옷에 부착된 디스플레이에서 이메일도 보고, 뉴스도 검색하고, SNS 콘텐츠도 게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디스플레이는 패션 측면에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카이스트 최경철 교수팀이 개발한 섬유 유기 발광 디스플레이 (동영상 출처: YTN NEWS 유튜브)

이러한 아이디어를 패션, 의류업체에 이야기 하면 현실성에 대한 의문을 가져요. 공감을 하지 못하기도 하고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죠. 물론, 유럽의 일부 기업에서는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국내기업은 이 기술을 활용해 상용화하고 판매하기에는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결국은 LG디스플레이에서 나서줘야 돼요. 새로운 성장 동력 혹은 시장으로 패션과 의료, 자동차 등을 바라본다면, 관련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소비자의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옷에 디스플레이를 부착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지금은 글래스(Glass) 기판에 디스플레이를 넣거나 플라스틱 기판에 디스플레이를 올립니다. 이것을 옷을 기판으로 바로 활용해 디스플레이를 올리거나 혹은 실 자체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저희 연구진이 디스플레이 수명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고,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잡지에 표지로 소개도 됐었고요.

카이스트 최경철 교수팀이 개발한 옷처럼 입는 디스플레이 기술 (이미지 출처: YTN NEWS 유튜브)

일반 소비자들은 디스플레이가 깨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플라스틱 같은 것은 접으면 접힌 부분이 표시가 나잖아요? 그런데 옷은 접혀도 접힌 부분이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OLED의 유연성을 극대화하면 가능합니다. 실제로 현재 의류를 기판으로 활용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저희 연구진이 갖고 있습니다.

Q 이 기술은 OLED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네요?

그렇습니다. LED는 점광으로 밖에 안되잖아요. 그런데 OLED는 유연하기 때문에 기판만 의류로 바꾸면 됩니다. LG디스플레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향후 2~3년 내 상용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웨어러블 디바이스라고 해서 시계, 글래스 등이 나오는데, 사실 이러한 것은 휴대용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옷은 바로 우리가 매일 입는 것이잖아요. 진정으로 착용감이 있는 형태의 디스플레이죠.

Q 교수님께서 앞으로 더 관심 있게 진행하실 연구는 무엇인가요?

최근에 디스플레이를 응용한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7월에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선도연구센터 사업자로 선정이 됐습니다. 플렉서블 OLED를 의료(Medical) 분야에 응용한 것입니다.

저희가 서울대학교 분당병원과 함께 연구하게 되는 사업입니다. OLED 디스플레이 조명이 피부에 난 상처치료, 수면 장애 치료, 치매치료 등에 도움이 되는지를 보고 있습니다. OLED의 조명이 피부에 난 상처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또 이 빛이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줘서 수면장애나 치매치료 등에 효과적이라는 의미입니다.

LG디스플레이에서도 이러한 분야를 신사업으로 많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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