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포항의 연구실에서 만난 강봉구 교수는 각종 논문과 실험 데이터 자료 분석에 열중이었습니다. 30여 년 가까이 한 여름 내리쬐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은 老교수의 연구 주제는 ‘디스플레이’입니다. “디스플레이는 마치 종이와 같다”고 말하는 강봉구 교수. 인터뷰를 통해 만나 보시죠.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중심 대학에서 가장 열정적인 교수

포항공대 정문

▲ 포항공대 정문

포항공대를 방문하는 길은 멀고도 험했습니다. 기온이 35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무더운 여름에 캠퍼스를 거닐자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더군요. LG연구동에서 만난 포항공대 학생에게 강봉구 교수의 연구실 위치를 물었습니다. “강봉구 교수님은 저희 대학에서 가장 열정적인 교수님이세요”라며 자부심에 찬 얼굴로 연구실을 안내해주는 학생의 소개를 받아 강봉구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갔습니다.

 

포항공대 LG 연구동

▲ 포항공대 LG 연구동

포항공대 강봉구 교수 연구실

▲ 포항공대 강봉구 교수 연구실

강봉구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니 각종 논문과 실험 데이터 자료들이 책상과 테이블 위에 빼곡히 쌓여 있었습니다. 대학원생들의 연구 내용에 대한 피드백이 담긴 자료도 눈에 보였습니다. 연구실에 들어가 인터뷰 준비를 하는 짧은 시간에 열정 가득한 老교수의 집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연히 시작된 디스플레이 연구… 지금은 30여 년 경력의 최고 전문가로

LG디스플레이 블로그와 인터뷰를 하는 포항공대 강봉구 교수

▲ LG디스플레이 블로그와 인터뷰를 하는 포항공대 강봉구 교수

“제 전공은 전자과입니다. 편향코일로 불리는 브라운관 DY 코일을 연구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디스플레이 분야에 들어왔습니다”

강봉구 교수는 1993년 브라운관 TV가 보편화 됐던 시절, LG전자의 CRT 연구소 업무를 도왔습니다. 당시 LG전자는 평면CRT를 개발하려고 했는데, 핀쿠션 왜곡이라 불리는 화면 모서리 부분의 왜곡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주요한 연구 주제였습니다.

“전자장을 잘 측정해서 DY코일 측정하고 바로잡는 작업을 하면서 평면 CRT 연구를 도왔죠. 그러던 중에 LG전자가 PDP 사업을 시작했어요. 저는 차세대 PDP를 구동하는 연구를 도와주고 LG전자는 패널 양산에 주력하면서 연구가 시작됐죠”

화면을 구동할 때 전극을 자르는 듀얼, 싱글 스캔이라는 기술이 있는데, 강 교수는 화면 구동을 할 때 전극을 분할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습니다. 이것이 LG전자가 PDP 분야에서 받은 국제 1호 특허라고 하네요.

 

▲ 2006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60인치 싱글 스캔 PDP
(이미지 출처: LG전자 웹사이트)

“듀얼스캔 단점은 드라이브 IC를 아래위로 넣어야 하니 가격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안식년 동안 싱글 스캔하는 방법들을 학생들과 연구해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양산에 성공하면서 LG와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현재도 파워 회로에 대해 자문을 주고 있죠. 노트북에 들어가는 파워 회로, 디스플레이의 작은 회로들의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연구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강봉구 교수는 2000년경부터 이어져 내려온 LG디스플레이와의 인연이 지금도 내려오고 있다며, 현재는 회로, 영상처리 신호 개발 등의 분야에서 산학협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 1평 값 1000만 원 하던 PDP TV 역사 속으로… 디스플레이의 끝없는 진화

“90년대 중 후반, 가운데가 볼록한 CRT에서 반듯한 직사각형의 평면브라운관이 출시됐습니다. 당시 평면 TV 한 대 가격이 1,000만 원이었습니다. 아파트 한 평과 맞먹는 금액이죠. 고가의 제품으로 주목받았지만 LCD와의 경쟁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디스플레이의 역동적 진화를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요?”

“당시 기술진은 디스플레이 화면이 넓으면서도 전력 소모는 적은 TV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화면 면적에 비례해 소모되는 전력이 증가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지요. 그래서 나온 기술이 로컬 디밍(Local Dimming)입니다. 밝은 빛만 강조하면 명암비(Contrast Ratio)도 향상되고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는 기법인데요. 이게 사실은 PDP에서 이미 APL이라는 이름으로 적용된 기법입니다. 요즘 OLED의 경우 PDP와 같아서 HDR 이라는 것을 구현해 전체화면을 그 수준으로 밝게 해도 LCD보다 전력은 훨씬 적게 들어갑니다”

 

다른 디스플레이보다 높은 광효율을 자랑하는 OLED 디스플레이

▲ 다른 디스플레이보다 높은 광효율을 자랑하는 OLED 디스플레이 (이미지 출처: LG전자 웹사이트)

“기존의 TV가 100W 미만을 쓰는 상황에서 새로운 TV가 출현해 500W를 소모한다면 5배 높은 전략을 소모하는 겁니다. 국가 전체로 보게 되면 각 가정당 보급된 TV가 5배 이상 전기가 소모하게 된다는 건 엄청난 거죠. 전 세계적으로 전력 소모 등급을 매기는 이유도 이런 국가적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 일부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 점에서 OLED는 밝은 부분은 더 환하게 나오게 하는데 CRT, PDP, LCD보다 적게 전력이 소모되니 소비되는 전력 대비 빛의 밝기를 의미하는 광효율을 놓고 보았을 때는 큰 장점이 있는 거죠”

 

전력소모를 줄이는 디스플레이 기술’에 주목하라

여기에서 디스플레이의 회로가 소모하는 전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파워소모를 줄이는 기술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본인의 연구 분야에 대한 질문이어서 그런지, 老교수의 눈빛이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휴대폰의 경우에는 전력의 상당 부분이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데 소모가 되는데요. 만약에 주위의 빛을 활용하는 즉, 반사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면 낮에는 주위의 빛을 사용하고, 밤에는 조명 등을 활용해 핸드폰을 사용하면 배터리 충전 없이 4일 정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파워 회로라는 것은 이런 식으로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으로 효율 측면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휴대용 기기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전력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하고요. 광효율을 높이고, 전력을 만들어 줄 때 쓸모없이 소모되어 열로 변하는 전력도 최소화하는 등 전력 소모를 줄이려는 노력은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연구 과제입니다”

“교수님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전력소모는 전류 x 전압이라는 공식으로 성립이 되는데요. 전류를 흐르게 하도록, 스위치를 켜면 전압은 떨어지고 전류는 올라갑니다. 이 전압과 전류를 그래프로 보면 오버랩이 되는 구간이 있는데 이 구간이 클수록 소모가 커집니다. 이것이 하드 스위칭(Hard Switching)입니다.

이 겹치는 부분을 안 겹치게 하려면 전류가 높을 때는 전압을 0으로 만들어 주고, 전압이 높을 때는 전류를 0으로 만들어주면 되면 전력손실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소프트 스위칭(Soft Switching)이라고 합니다”

 

하드 스위칭과 소프트 스위칭의 전력 사용 비교

▲ 하드 스위칭과 소프트 스위칭의 전력 사용 비교

“전원을 끄고 켤 때 스위치에 소모되는 전력을 가능한 줄여주도록 회로를 디자인하면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회로 내부에서 소모되는 전력, 내부 저항도 줄여주면서, 효율을 높일 수도 있고 또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광효율이 대표적입니다. 빛을 내는 면적에서 전극들이 지나가는 부분에 가려지는 면적이 있는데 이를 최소화해서 빛을 내는 면적을 높여주면 광효율이 높아집니다.

핸드폰으로 큰 화면으로 영상을 보고 싶지만, 화면이 커지면 배터리가 커지게 되니 주머니에 넣을 수가 없겠죠? 아까 말씀드린 반사형으로 전력을 아끼는 방법도 있지만 빳빳한 스크린 대신 두루마리 형태로 말거나 혹은 접어서 다닐 수도 있습니다.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기술개발이 현재 상당한 수준까지 와있습니다”

 

디스플레이는 역사를 기록하는 종이와 같은 존재

인터뷰를 마치며, 강봉구 교수가 생각하는 디스플레이의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교수님, 디스플레이가 왜 중요한가요?”

다소 엉뚱해 보이는 질문에 강봉구 교수는 안경을 고쳐 쓰고 다음과 같이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을 설명했습니다.

 

포항공대 강봉구 교수는 디스플레이는 역사를 기록하는 종이와 같다고 말했다.

▲ 포항공대 강봉구 교수는 디스플레이는 역사를 기록하는 종이와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을 보면 보통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에 의존을 하는데요. 그 중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수단은 시각이지요. 역사적으로 보면 종이나, 죽간(竹簡)은 사람들이 기록을 남기고, 가장 전문적인 정보를 얻는 정보교환의 매개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수단입니다.

종이의 경우, 기록만 하면 접어서도 다닐 수 있고 언제든지 보고 판단할 수 있는데요. 그 종이를 단말기 형태로 메모리를 넣고 배터리를 넣으면 여러 정보를 한 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종이 형태이면서도 한 장으로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디스플레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디스플레이 연구에 매진한 강봉구 교수가 바라본 디스플레이의 가치는 역사를 기록하는 종이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여러분에게 디스플레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강봉구 교수가 디스플레이의 유구한 역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포항공대와 강봉구 교수의 연구에 많은 응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