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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스포일러]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투명 디스플레이

“사외필진의 글은 LG디스플레이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일러스트: 한상엽

원고 및 이미지 출처: LG디스플레이 사보 GOO:D

오래전부터 미래 세상에 대한 상상 속에 투명 디스플레이는 필수 요소였습니다. 어디에도 없는 듯하면서도 어디에서든 갑자기 등장하는 그 극적인 모습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죠. 그렇다면 투명 디스플레이는 현재 어디까지 발전해 왔을까요? 이제 우리는 또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투명 디스플레이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봅니다.

투명 디스플레이, 확산은 더뎌도 영역은 점점 넓혀지는 중

경기도의 한 반도체 공장에서 어두운 반투명 유리 안에 웨이퍼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안내 직원이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웨이퍼 옆으로 반도체 공장의 주요 정보가 나열되고 각종 그래프와 이미지도 펼쳐졌습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투명 디스플레이를 직접 본 첫 번째 경험이었습니다. 디스플레이 회사의 체험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를 만나게 되다니, 신기할 따름이었죠.

아직도 투명 디스플레이는 그리 널리 상용화된 기술이 아닙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제품을 내놨지만, 여전히 다소 비싼 가격이고 확산도 더딘 편입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상업 시장에서 조금씩 그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스마트 윈도부터 자동차 증강현실까지

투명 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과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별도 광원이 필요 없는 OLED 방식을 써야만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매장이나 체험관에서 제품이나 회사 소개에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주방이나 탁자, 심지어 창문 전체에 디스플레이를 입히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자 소재 회사인 머크는 해마다 스마트 윈도(Smart Window) 제품을 소개합니다. 그중 에너지 절감형 액정 윈도우 기술은 창문의 투명도를 순식간에 바꿔,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조절해줍니다.

이에 질세라, 자동차 분야에서도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LG전자가 2015년 말에 출원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특허에 따르면, 자동차의 유리창을 투명 디스플레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주변 건물의 정보나 길 안내 기능, 주변 지역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이 가능하죠. 카메라와 연동하면 사각지대를 없애거나 조수석, 뒷자리에서 엔터테인먼트 이용도 가능합니다. 현실을 배경으로 가상 정보를 추가해 보여주는 증강현실 개념이 무엇인지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가까운 미래로 다가온 투명 디스플레이의 모습입니다.

20년 후 투명 디스플레이의 미래는

이제 20년 후의 미래로 눈길을 돌려볼까요. 투명 디스플레이는 더 낮아진 가격에 휘어지는 성질까지 더해져,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투명 디스플레이가 세상을 단번에 뒤집어 놓지는 않겠지만,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녹아들어 다양한 형태로 삶을 변화시켜 나가겠지요. 그 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까지도 디스플레이가 접목된다면, 그만큼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시장 기회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 그럼 지금부터 20년 후의 세상으로 떠나볼까요?

1. 거리에서

20년 전, <로봇이 아니야>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여자 주인공이 드라마 속에서 발명했다던 변신 우산은 이제 더 이상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완전히 투명이었던 우산이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디자인으로 바뀌도록 고안됐기 때문이다. 당시 드라마처럼 쏟아지는 별무리를 볼 수도 있고, 원한다면 역사적인 명화나 사진으로 바꿀 수도 있다. 우산을 같이 쓰는 사람들 사이에는 웃음이 피어난다. 단순히 비를 막아주는 기능을 넘어 우산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세상을, 투명 디스플레이가 만들어냈다.

2. 강의실에서

사무실에는 칠판이나 TV 스크린이 필요하지 않다. 유리처럼 보이던 사무실 벽이 스크린으로 바뀌어 회의 자료를 보여주고, 여기에 투명 유리용 마커를 이용해 필기할 수 있다. 복잡한 수학 공식도, 난상토론 끝에 정리한 아이디어들도 투명 디스플레이에 부착된 각종 센서를 거쳐 자동으로 정리된다.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지 않으니 공간 활용은 한층 더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음성 인식 기능까지 더하면 더는 키보드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3. 건물에서

미디어 파사드 작품에도 복잡한 장치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건물 외벽을 덮은 투명 디스플레이는 건물 전체를 둘러싼 대형 스크린과도 같다. 낮에는 일조량을 조절해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고, 밤에는 미디어 파사드 작품이나 광고를 보여주어 도시를 빛낸다. 이를 통해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게는 진귀한 야경을, 건물을 이용하는 입주민들에게는 기분 좋은 쾌적함을 선사한다.

4. 운동장에서

운동 경기장에 쓰인다면 어떨까? 아직은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지붕을 덮는 대형 투명 스크린이 설치되면 자연광이 강한 낮에는 햇빛이 적절하게 들어오도록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때로는 경기 정보나 각종 영상을 보여주는 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경기의 주요 장면, 현재 점수, 선수 교체 정보까지 보여줄 수 있으니 이 또한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5. 집에서

늦잠을 잔 한 여성이 급하게 세수를 마치고 나와 메이크업을 시작한다. 여성의 화장대 거울에선 오늘 날씨 정보와 출근하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 표시되어있다. 등교하는 자녀가 챙겨가야 할 준비물도 떠 있다. 남편은 현관 앞 거울에 동기화된 화면을 보고 아이의 가방에 준비물이 잘 들어갔는지 점검한다. 투명 디스플레이가 일상 곳곳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알려주는 셈이다.

6. 카페에서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에 들어서니 온통 투명한 탁자뿐이다. 탁자에 앉으니, 앉은 자리 앞에 메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화면이 떠오른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에 지친 두뇌를 달래줄 달달한 치즈케이크를 주문하고, 터치를 통해 카드로 계산하면 주문이 끝난다.

이내 주문번호가 화면에 뜨면서, 서비스 로봇은 주문한 커피와 케이크를 쟁반에 담아 들고 온다. 거기에는 ‘음료가 마음에 드신다면 칭찬 버튼을 눌러주세요’라는 문구가 뜬 투명 디스플레이가 있다. 버튼을 누르니, ‘감사한 마음에 작은 선물을 드려요’라며 10% 할인 쿠폰이 제공된다.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이내 문자로 쿠폰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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