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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실패가 쌓여야 혁신이 이루어진다- TV사업부 오창호 부사장

TV사업부 오창호 부사장의 이름 앞에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왔습니다. 1995년에 회사 최초로 개발한 9.5인치 노트북부터 2019년 전 세계가 주목한 OLED TV R까지. 모두가 실패를 예견했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어낸 오창호 부사장님과 만나보았습니다.

먼저 부사장 승진을 축하 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입사 이후 선배가 꿈에 대해 물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대답을 못 했지만 막연하게 LG그룹에서 부사장까지는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작 부사장이라는 위치가 되어보니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도 같은 마음이었겠지요? 현재의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구성원과 조직 전체를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입사 이후에 다양한 업무를 맡으셨는데,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1991년 금성사 안양 연구소에 입사한 후 지속적으로 제품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자사의 최초 양산 모델인 9.5” 노트북 제품의 Panel 설계를 시작으로 다수의 제품 개발을 수행했습니다. 2001년 TV Panel 설계팀장, 2008년 일본 연구소장을 거쳐 2009년엔 TV LED 개발 담당, 2012년부터는 OLED TV 개발 담당을 맡았습니다.

입사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2012년 OLED TV 개발 담당이 되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2012년에 대형 OLED TV 출시를 목표로 경쟁사와 경쟁 중이었습니다. ‘누가 먼저 대형 OLED를 출시하고, 시장을 선점하는가’에 대한 눈치작전을 펼치는 가운데 개발임무를 맡았습니다. 대형 OLED TV의 핵심 기술인 Oxide, OLED 소자, Face Seal Encap., 회로 구동 등의 기술이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었습니다. 이 과제뿐 아니라 일정을 맞추는 것도 하나의 문제였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안으로는 동료들과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사 동향을 신문으로 계속 파악해 가며, 출시 일정을 조율했고 마침내 2013년 1월 3일에 55” 대형 OLED TV를 선보였습니다. 세계 최초였죠.

지금 계신 TV사업부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TV 제품을 개발하고, QCD에 대한 총괄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QCD란 Quality(품질), Cost(원가), Delivery(제품 공급 일정)을 뜻합니다. 즉, 성능이 좋은 제품을 제때 개발하고, 품질 좋고 경쟁력 있게 만들어 제때 공급하고, 제값을 받고 많이 팔도록 하는 것입니다. 2008년 이후 TV 사업부는 전사 매출의 약 40%~5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지속적인 성과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사업부입니다. LG디스플레이 직원들뿐만 아니라 국가 사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LG디스플레이는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여왔습니다. LG디스플레이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이며, 또 차별화된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점차 차별화 포인트가 적어지는 것이 고민입니다. 이정동 교수의 ‘축적의 시간’이라는 저서를 보면 우리나라 산업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개념설계’에 대한 역량 부족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시행착오가 축적되어야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개념설계’ 역량이 커집니다. LG디스플레이가 축적의 시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이루어 내도록 하려고 합니다.
CES 2019에서 LG전자와 함께 시그니처 OLED TV R(롤러블 TV)를 선보였습니다. OLED TV R은 CES 최고 혁신상을 포함해 50개 이상의 역대 최다 수상을 기록하며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이 제품이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4년 이상 많은 엔지니어들이 실패와 좌절을 겪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반복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혁신을 위한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전하고 실패와 경험이 쌓여 축적의 시간을 만들어내면 LG디스플레이는 또 다른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다양한 수상 이력이 있으신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궁금합니다.

많은 게 있지만 CES 2019에서 OLED TV R로 받은 상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롤러블 TV를 처음 개발할 때 얼마나 임팩트가 있을지, 이 제품이 왜 좋은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CES 2019에 롤러블 TV를 선보이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기술자 측면에서 보는 것과 시장의 반응은 다를 수 있더라고요. 세상의 반응을 통해서 OLED TV R이 TV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된 중요한 제품이다, TV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저 스스로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시던 (약 20년 전) 때에, 디스플레이의 기술이 현재의 수준으로 이루어질지 예견하셨나요? 당시에 발전을 예견할 수 있는 이슈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당시에는 이 정도의 발전은 예견하지도 못했고, 이슈도 딱히 없었습니다. 다만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 이렇게까지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느낌이라는 게 있어요. 깊게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어떤 질문이 왔을 때 그냥 느낌이 그래요. 전문가들의 특성상 그 느낌이라는 게 굉장히 정확한 편이죠.

미래에는 어떤 산업군이 주목 받을 수 있을까요?

짧은 미래에는 산업군이 크게 바뀌진 않고, 4차 산업혁명의 선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IT를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이 계속되고 있지만 제조업이 정말 중요합니다. 미국이 제조업을 본토에서 하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제조업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혁신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부사장님은 조직문화에 대해 중요시 여긴다고 들었습니다. 조직문화를 중요 덕목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조직은 목표 지향적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팀워크는 조직문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잘 맞는 사람과 일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조직의 특성상 잘 맞지 않는 사람과도 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맞지 않는 사람과 일할 때 혁신이 이루어질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질적인 사고방식과 아이디어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조직의 목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조직이 해야 할 일이고, 이런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면 팀워크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조직문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후배들에게 꿈에 대해 자각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티타임을 가지며 그들의 중장기 Vision에 대해 묻습니다. 단기 목표(2년 이내), 중장기 목표(10년 후), 장기 목표(꿈)에 이어 꿈 너머의 꿈까지. ‘꿈’까지는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꿈 너머의 꿈’을 생각하는 사람은 적습니다. 꿈이 직업이나 성과를 뜻한다면, 꿈 너머의 꿈은 조금 더 이타적이고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꼭 근사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목표를 가지고 주변에 알리길 바랍니다. 회사는 구성원들의 꿈과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삶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꿈이 없으면 회사가 재미가 없고, 인생이 재미가 없습니다. 꿈 너머의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조언하고 싶습니다. 또 제가 이렇게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꿈을 나누다 보면, 제 아이들에게도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해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도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가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사람일까요?

미래에는 국가간의 경계가 점점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 즉 ‘글로벌 역량’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합니다.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 그리고 축적의 시간을 지향하고, NATO(No Action, Talking only)를 지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LG디스플레이 TV사업부의 2019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크게 3가지 계획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OLED’는 사업의 자생력과 미래 투자 재원확보를 위한 목표를 수립하고 원가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TV CoP Innovation Task를 중심으로 전 영역에서의 자원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OLED 가치를 높이기 위한 프로모션 활동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근 신설한 프로모션 조직인 OLED SPACE Project를 중심으로 글로벌 TV시장에서의 OLED 대세화를 이끌어 가려고 합니다. 두 번째는 ‘LCD’의 사업 생존력입니다. 수익성 중심의 모델 운영과 생산 측면에서의 효율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커머셜’ 시장의 시장 선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커머셜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차별화와 신시장 발굴을 통해 고수익을 동반한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추진해내야 합니다. 앞으로 ‘축적의 시간’을 통해 한걸음 더 성장하고자 합니다.

(사진 출처: LG디스플레이 사보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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